악평(?)이 자자했던 영화 <신들의 전쟁>을 보고 왔습니다. 타셈 싱 감독의 작품이고 "스파르타!!"란 명대사와 함께 영화 300 신드롬을 만들어냈던 그 제작진들이 만들어낸 영화였기 때문에 개봉 전에 많은 기대를 낳았는데요.
일단 영화 <300>의 기대치 그 이상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을 할 것이고, 별 기대 없이 보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상미는 영화 <300>의 그것들을 따르고 있지만 내용이나 액션, 스토리는 영화 <타이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300>이 그토록 좋은 평을 받았던 이유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비쥬얼의 종결'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들의 전쟁>은 분명 그 비쥬얼을 모방하되 스토리 전개 방식은 다소 작위적으로 몰고나가는 우(愚)를 범한 것 같습니다.
영화 <신들의 전쟁> 원제가 Immortal 인 이유
처음에 <신들의 전쟁>이란 제목을 떠올렸을 때 그저 또 신화를 바탕으로 한 비쥬얼 판타지 영화겠구나 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로건, 이야기로건, 책으로건 접하고 익숙해서 꽤 구미당기게 만들어진 제목인 것 같습니다. 만약 영화제목이 원제 Immortal 이었다면 사람들이 보러갔을지... 새삼 영화 제목 번역 작업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원제 Immortal(불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영화를 접하면 <신들의 전쟁>이 훨씬 그 영화 내용을 잘 반영한거 같은데 불멸?
그리고 후에 하이페리온왕과 테세우스의 1:1 격투신에서도 서로 '너는 실패한 역사다.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역사는 나다' 라고 서로 치열하게 대립을 하게 되는데요. 그들은 이상하리만큼 역사에 '명예'롭게 남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신이란 존재는 불멸합니다. 같은 신이 서로 치고박지 않는 이상, 절대적인 수명을 가지고 있죠.
반면, 인간은 100년도 채 되지않는 수명의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신을 동경하고 그들을 닮아가려는 인간들의 특성상 '신들의 불멸'을 넘보려고 합니다. 그 수단으로 택한 것이 '에피루스의 활'을 차지해 인류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이 때 에피루스의 활은 쉽게 보자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즉, 하이페리온왕이 지향하는 불멸은 육체가 불멸한다는 물리적인 개념이 아닌, 전쟁의 승자로 후대의 역사에 영영 기록되는 업적을 말합니다. 세상은 "승자만 기억"하기 때문에 그는 인류를 지배하고 신에 맞서는 전쟁에서 Winner가 되려고 하는것이죠.
반면, 신들의 규율은 '인간사에 어떠한 형태로도 개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인간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행동이라도 끼치면 제우스가 그의 아들 아레스를 죽였듯이 용서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랬기에 인간이 아무리 간절하게 신에게 기도하고 빈들, 그들은 그것을 들어줄 수가 없고, 세상이 어지러워도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인간이 우리를 믿는만큼, 우리도 인간을 믿어줘야 한다"는 제우스의 신념이 가득 담긴 규율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불멸'은 전쟁의 승자로 업적이 기억됨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 생식에 관한 '불멸' 역시 영화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페드라의 처녀성과 하이페리온의 부하들의 거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는 기존에는 대를 잇는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빨리 결혼해서 손주를 안겨달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그저 평범한 농부이고 여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그는 여사제 페드라를 지키게 되면서 인식이 바뀌게 됩니다. 페드라는 미래를 보는 예지자 역할을 하는데 하이페리온 왕은 그녀를 이용해 에피루스의 활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도망친 노예꼴인 테세우스가 그녀를 적극적으로 지켜주게되죠. 페드라는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에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처녀성을 잃는 순간 예지능력을 잃게되죠. 그러한 그녀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야하다는 장면(?)인 그와 함께 동침을 결정한 것은 대단한 결정입니다. 그의 후대를 잇게하려는 그녀의 마음과 테세우스의 '대를 잇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합치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하이페리온 왕은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중간에 마을을 배신하고 하이페리온 왕에게 투항하는 부하가 있는데 다짜고짜 그의 불알을 제거시키죠. 이것으로 그들의 부하는 모두 거세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하니 "아이는 그저 거추장 스런 존재"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후대를 잇는다는 개념은 없음을 알 수 있죠. 역사를 기억하고 그가 바라는 '불멸'을 하게 해주는 것은 그들의 후손인데 말입니다.
역사를 이어가고 만드는 것은 '후손'입니다. 페드라는 그것을 존중해 테세우스의 업적을 후대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하기위해 그녀의 처녀성을 포기했고 하이페리온 왕은 자기 업적만 남기기 위해 부하들을 죄다 거세시키는 이 상반된 상황은 꽤나 재밌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이페리온은 왕이 아니야"
마을을 배신하고 하이페리온 왕에게 투항했던 한 부하가 테세우스를 만나자 한 이 말은 불멸과 생식에 대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수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기대하신 분이라면 그런 기대 완전히 접는 것이 좋습니다. 신들사이의 관계(ex. 제우스의 딸 아테나, 아들 아레스 등)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죄다 그리스로마신화와 다른 사실들입니다. 오히려 북유럽신화와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하이페리온 왕의 경우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태양을 상징하는 신이었고 태양신 헬리오스와 새벽의 여신 에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의 아버지였던 것이 그리스로마신화죠. 하지만, 본 영화에서는 그저 한 때 '농부'였고 그의 처자식을 지키지못해 신을 원망해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테세우스 역시 신화 속에서 미궁에서 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영웅으로 유명하죠. 헤라클레스를 존경해 그를 닮으려고 했던 테세우스에게 '신을 믿지 않는 평범한 농부'설정은 완전히 이질적인 것이었습니다.
그외에도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인간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아버지 제우스에게서 한방의 불채찍으로 죽어버리는 황당한 이야기는 기존 그리스로마신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뜨악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악평만 가득했던 영화 신들의 전쟁.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눈요거리가 충분하기에 최악은 면하고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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