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걸음마'…한계 극복 여부 '주목'
산업은행이 신용대출 상품과 독자 체크카드 발급에 더해 재형저축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신 확대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다이렉트뱅킹의 바람을 이어갈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은 고금리 예금유치와 무리한 지점확대 전략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확대 전략이 '도움닫기' 단계에서 제동에 걸린 형국이다. 산은 자체적인 개인신용대출 등 소매금융 역량과 노하우가 부족해 소매금융 확대 전략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다이렉트뱅킹 이어 신용대출·체크카드·재형저축 출시 '임박'
산업은행은 이달말이나 내달 경 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다이렉트 뱅킹으로 확보한 9조원 가량의 예수금을 바탕으로 소매금융의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의도다.
그간 신용 대출 상품의 종류도 많지 않았다. 높은 수신금리만으론 소매금융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신용대출과 관련해선, 시중은행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내 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최소 연 4.6%대의 대출 상품이 출시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오는 21일에는 독자적으로 체크카드를 출시한다. 이는 소매금융을 넓히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기본적인 수수료 수입은 물론, 보다 정교한 고객 소비 성향 파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롯데카드 및 현대카드와 제휴를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해 왔다.
같은 날 출시 예정인 재형저축 금리 수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이달 초 시중은행들이 최고 연 4.6%의 상품을 내 놓은 가운데 산업은행 재형저축 금리는 이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공산이 크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재형저축의 최고 금리가 4.6%이다. 이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고금리 예금·지점 확대에 감사원 '태클'
산은의 소매금융 넓히기 전략에 감사원이 경고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금융공기업 경영관리 실태'를 통해 산업은행의 고금리 개인예금 상품 출시와 운용의 부적절성을 꼬집었다. 지난해 9월 현재 산은 개인예수금의 43.5%를 차지하는 다이렉트 상품 중 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4.05%의 금리를 제공하는 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산은 다이렉트 뱅킹이 수익창출 효과가 낮고, 제공 금리 수준이 과도한 경우 민영화를 앞둔 산은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평가도 내렸다. 실제 다이렉트뱅킹 출시 1년 후 손실 규모는 244억원으로 추정되고 이 규모는 올해 말까지 109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의 급속한 영업점 확대 전략도 지적 대상이었다.
산은은 올해 말까지 개인금융 담당 영업점을 135곳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현재 총 25개 영업점에서 5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향후 영업점 확대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소매금융의 핵심인 산은 지점 수는 고작 82개로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선 영업점을 통한 '고객과의 스킨십'이 필수다. 돈 맡겼던 고객이 대출도 받고, 대출받던 고객이 사정이 좋아지면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산업은행 처럼 고금리를 미끼로 통장계설만 유도하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소매금융의 기본인 접근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출시 코 앞' 상품 세부내용 아직도 못 정해
산업은행 재형저축 출시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정하지 못한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이번 주말 내부적으로 금리위원회를 개최, 세부적인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줘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실무부서의 고민은 깊다. 자금운용처가 마땅하지 않은 터라 시중은행 이상의 금리가 부담스럽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간 또 다시 역마진 논란에 휩싸일 공산도 크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이렉트뱅킹 출범 후 9조원 가량의 예수금을 끌어온 반면 개인대출 실적은 1조원 수준이다. 고객들이 높은 예금금리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증거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개인신용대출 실적 목표를 4조원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업은행 지점장은 "아직까지 산업은행 소매금융이 큰 경쟁력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여신부에서도 개인금융 확대에 나서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저금리 대출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산은 소매금융 확대 전략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소매금융 역량이 부족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전략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예금과 대출상품을 사실상 역마진 구조로 설정하는 건 건전성을 위협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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